약 130년 전의 가상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태허(太虛) w. 리네 1. “이렇게 썩어빠진 기관이 소울 소사이어티를 지배하고 있다니, 우리가 이런 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니. 수치입니다. 어찌 호정대가 중앙에 고개를 숙일 수가 있습니까?” ‘썩어빠진’과 ‘기관이’ 사이에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렸고, ‘고개를’과 ‘숙였다니’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기 익는 냄새가 지독하다. 애초부터 쓰질 못하는 다리를 몇 번이나 지져 댔으니 그럴 만도 하다. 밧줄에 묶여 물을 맞은 채 파르라니 입술을 떠는 죄인을 보고 시호인 리호가 미소 지었다. 그녀의 옆에는, 후계자, 라가 있었다. “글쎄, 어찌 그럴까. 네가 생각하기엔, 이유가 무엇인 것 같으냐?” 대답을 하고는 리호가 손짓하자, 다시 고문이 시작되었다. 앞이 ..
약 300년 전, 즉 쿠루야시키 켄파치가 사망하기 전이며 리호는 감리관이었다. 츠요시가 쓰러졌을 때에는 그동안 과로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는 반응이었으나 그 사이 에이지가 시스템을 개편하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듣자 흥미를 갖는다. 츠요시가 깨어난 후 자라키 구역의 주민들을 몰살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으나 이 사실을 총대장에게 보고하지는 않는다. 결국 은밀기동의 보고로 뒤늦게 이 사실이 총대장에게 알려지고, 총대장은 중앙에 이 사실을 보고해 중앙에서 회의가 열린다. 리호는 그 자리에 나서 회의를 참관한다. 츠요시가 관리하던 구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를 야차에게서 들은 후 츠요시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하는데, 츠요시가 감옥에서 탈출해 강행돌파를 시도했다. 갑자기 일어난 내란에 의해 호정에 큰 피해가 ..
리호는 사비츠라가 고향이지만 상인인 부모님을 따라 이곳저곳 루콘가를 돌아다녔다. 1지구인 윤림안까지 가본 적도 있다. 대신 치안이 좋지 않은 70지구 이하로는 가지 않았다. 하나분인 오빠와도 사이가 매우 좋았다. 오빠에게서 검술을 배웠다. 지국히 교과서적인 검술로 시작해 루콘가 외곽의 깡패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얻은 실전에서 유용한 기술까지 천천히 습득했다. 손에 물집이 잡힌다고 싫어하기도 했지만 오빠가 ㅏ르쳐주면 수업은 꼬박꼬박 잘 받는 편이었다. 상인의 딸이기때문에 부모님을 보고 배워 화술이 뛰어났고, 리호가 부모님과 가게에 함께 있으면 손님이 배로 늘어났다. 싱그럽게 웃는 얼굴이 예쁘고 화장품 없이도 입술을 빨갛고 피부는 하얘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매우 많았다. 노래를 잘 하고 시호인 가문에 들어온 ..
송별(送別) w. 리네 1. “키리, 가마를 준비하여라. 역괴고산을 만나러 갈 것이야.” “예, 리호님.” 7대 역괴고산의 은퇴식이 한 달 가량 남은 어느 봄날이었다. 야차군의 수장 ‘천주’는 그날따라 유독 머리 위에 화려한 장신구를 얹고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기라도 하듯 꼿꼿한 자세로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시종 키리가 집무실에서 빠져나간 후에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리호가 보기에 오늘 날씨는 썩 나쁘지 않았다. 봄 햇살이 나른하고 꽃씨가 싹을 틔우는 흙 내음이 어디선가 풍겨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를 만나 나눌 대화의 주제는 리호로서는 달갑지 않았으나, 그래도 따뜻한 봄 날씨가 마음에 들었다. “꽃이 피는구나.” 그녀뿐인 집무실에는 이미 봄 향기가 익숙히 배..
야차가 리호 암살하려고 했으면 좋겠다. 야차는 남자, 5의 번호와 염안불의 칭호를 부여받은 실력자. 본인이 거느리는 소부대 10명을 이끌고 단 11명만으로 리호를 암살하러 나서는. 어차피 10 이하의 번호를 가진 야차는 리호에게는 식은죽먹기니까. 리호 옆에는 항상 야차 1, 비사문이 있긴 하지만 그 직속부하 10명이 비사문의 눈길을 끌어 발을 묶어놓은 사이, 염안불이 리호를 암살하러 가는 식. 리호는 물론 비사문이 급하게 나갔으니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다. 잠옷으로 입는 청자색 비단 한 장 걸치고 있다가 대충 침대 옆에 있던 검은 하오리 걸쳐서 허리띠 꽉 졸라매고 침실에서 주동자인 염안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염안불이 오기 전부터 이미 만해한 참백도를 들고 있고. 비단 침의는 가슴골도 드러나고, 맨다..
쿠루야시키가 아자시로에게 패해서 죽을 때 곁에 리호가 없었다는 설정 너무 슬프다. 나름 리호가 진심을 다해 사랑한 한 남자인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사랑하는 티도 안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하지 못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전에 포옹 한 번 한 것 빼고는 스킨십도 한 번 없었는데. 왜인지 불안해서 일부러 아자시로와 쿠루야시키의 싸움을 보러 가지 않았겠지. 그래도 제발 죽지 않기를, 무사히 돌아와주기를, 자기가 느낀 이 불안이 거짓이기를 간절히 빌었는데 영압이 뚝 끊긴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훌쩍이는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으면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리겠지. 그렇게 조용히 애도하고 슬퍼하겠지. 그 날은 하루 온종일 창가 앞에 놓은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서 바깥 풍경 보면서 일도 안하고 쿠..
[쥰지리호] 천화 내리신 날에 w. 리네 “부인. 이제 끝이 보이는 듯 합니다.” 동도 트기 전의 이른 새벽이었다. 곁에 누워 있던 제 여인을 깨우며 쥰지는 시종들을 불러 마지막 단장을 시작했다. 잠결에 저를 흔들어 깨우는 목소리를 들어 눈을 뜬 리호는 침의를 벗고 빛깔이 좋은 옥색 의복을 걸치는 쥰지의 옆에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아름답게 꾸며 주세요.” 쥰지의 다정한 부탁에 여인은 부드럽게 웃었다. 이내 무릎을 펴고 일어나더니 여종 몇 명과 옆방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둘 남은 시종에게 쥰지는 각자 샤미센과 다과상을 가져올 것을 명했고, 서랍을 열어 부인이 선물했던 공작석 장신구를 꺼내 손목에 둘렀다. 방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가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에는 이내 찬 기운이..
나은(娜誾)의 미소로 거두리 w. 리네 “어느 국가에나 법이 두려워하는 공간은 존재한단다.” 여인의 목소리는 잔잔한 호수처럼 느릿하게 방 안을 울렸다. 간략한 가구를 빼면 남을 것이 없는 찬 방의 구석에 제대로 기우지도 못한 옷자락을 꽉 붙잡고 몸을 떠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바느질이 서툰지, 혹은 갑자기 들어온 여인의 향취에 마음이 놀랐는지 고사리 같은 손 군데군데 바늘에 찔린 자국이 보였다. 너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구나. “예를 들자면, 내가 지나는 공간이라든가.” 시호인 리호가 발을 떼어 아이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는 힉, 하고 짧은 숨을 들이쉬다가 이내 몸이 굳었고 그제야 제 영압이 너무 거대하다는 것을 알아챈 여인은 숨을 골라 영압을 안정시켰다. 이제 되었느냐? 다정한 것인지 ..
비단이나 옷감을 담당하는 귀족 가문에 사찰을 가겠다고 연통을 넣는 리호. 편지가 도착하자마자 귀족 집안은 바빠지겠지. 가문에서 뽑은 가장 아름다운 옷감들을 전시하고 리호에게 선물로 줄 기모노를 만들고, 사별한 남편 쥰지와 정부 타카히로를 기리기 위한 옷도 짓고. 리호가 도착했을 때에는 여러 젊고 잘생긴 시종들이 나와 인사를 하고, 객실엔 일가 처자식이 모두 기다리고 있고. 옷감을 전시한 방을 소개해주면 리호는 걸려있는 옷감을 부드럽게 매만지면서 "역시, 아름다운 빛깔이네요." 한 마디만 해도 당주 입이 귀에 가서 걸리겠지. 객실로 돌아가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면 당주가 손짓을 하는데, 시종이 잘 지은 옷 세 벌을 들고 와서 옷걸이 세워놓고 옷 걸쳐놓고 감. "감리관에 대한 제 작은 정성입니다. 시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