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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야시키가 아자시로에게 패해서 죽을 때 곁에 리호가 없었다는 설정 너무 슬프다. 나름 리호가 진심을 다해 사랑한 한 남자인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사랑하는 티도 안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하지 못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전에 포옹 한 번 한 것 빼고는 스킨십도 한 번 없었는데. 왜인지 불안해서 일부러 아자시로와 쿠루야시키의 싸움을 보러 가지 않았겠지. 그래도 제발 죽지 않기를, 무사히 돌아와주기를, 자기가 느낀 이 불안이 거짓이기를 간절히 빌었는데 영압이 뚝 끊긴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훌쩍이는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으면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리겠지. 그렇게 조용히 애도하고 슬퍼하겠지. 그 날은 하루 온종일 창가 앞에 놓은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서 바깥 풍경 보면서 일도 안하고 쿠루야시키의 영압을 느끼고 있다가, 갑자기 익숙한 영압이 사라져버린 것. 그래서 무표정한 얼굴로 눈감으면 눈물이 흘러내리고. 턱에서 눈물이 떨어져서 기모노를 적셔도 새까만 기모노에는 눈물 자국 하나 남질 않고, 가지런히 모인 두 손끝이 떨리고.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아무 말도 못했을 것 같다. 누구에게 말을 하는 순간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테니까. 그저 감은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떨리는 손을 진정이라도 시킬 모양으로 힘을 주고.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그리고 찡그리지도 않은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더없이 슬퍼보이겠지. 다 울고 나면 탁자에 놓인 손수건 들어서 눈물 훔치고, 붉어진 눈가가 가라앉을 때까지 아무도 부르지 않고 혼자 있다가 야차들이 쿠루야시키의 죽음 소식을 가져온 후에야 비사문 불러서 쿠루야시키가 죽었다는 장소로 향하겠지. 마치 방금 소식을 들어서 알았다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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