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뮤지] 첫 걸음? w. 리네 1. 출근길 가로수 아래에 제비꽃이 피어 있었다. 쨍한 보랏빛 꽃 하나가 손톱만큼이나 작아서,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며칠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작은 것들은 항상 언제 생겨났는지도 모르게 나타나 어느 날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애도……. 오랜 백수 생활 끝에 취직하게 된 회사에 첫 출근을 하던 올 초봄, 버스 정류장에서의 일이다. 그렇게 아침 일찍 버스를 타러 나가는 건 처음이었기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들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혼자 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제법 귀여운 여고생 한 명을 만났다. 그러니까, ‘그 애’ 말이다. 그 애는 회빛 머리에 붉은 눈을 갖고 있었다. 연갈색의 머..
약 300년 전, 즉 쿠루야시키 켄파치가 사망하기 전이며 리호는 감리관이었다. 츠요시가 쓰러졌을 때에는 그동안 과로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는 반응이었으나 그 사이 에이지가 시스템을 개편하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듣자 흥미를 갖는다. 츠요시가 깨어난 후 자라키 구역의 주민들을 몰살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으나 이 사실을 총대장에게 보고하지는 않는다. 결국 은밀기동의 보고로 뒤늦게 이 사실이 총대장에게 알려지고, 총대장은 중앙에 이 사실을 보고해 중앙에서 회의가 열린다. 리호는 그 자리에 나서 회의를 참관한다. 츠요시가 관리하던 구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를 야차에게서 들은 후 츠요시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하는데, 츠요시가 감옥에서 탈출해 강행돌파를 시도했다. 갑자기 일어난 내란에 의해 호정에 큰 피해가 ..
엄청난 부자는 아니었어도 뮤지는 나름 건물주 딸이었다. 다가구주택 두 채 갖고 있어서 월세 걷어가면서 살았다. 부모님의 직업은 아버지는 무직, 어머니는 디자이너. 둘 다 재벌은 아니고 어머니가 유명한 디자이너도 아니다. 그냥 평범하지만 일이 꾸준히 있는 정도. 유치원 다니기 전의 뮤지는 조용한 편이었다. 활동적이지도 않았고,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tv보면서 놀았다. 아니면 라디오를 듣거나. 유치원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청 시끄럽고 활발해졌다. 부모님과의 사이는 매우 좋았다. 뮤지가 죽던 날에는 어머니가 휴가를 얻어 부부끼리 오사카에 가 있었고, 딸의 죽음 소식에 급하게 돌아왔다. 그 후로 3년동안 일본에 있었으나 아예 짐을 꾸려 해외로 이민을 갔다. 호준이 뮤지의 부모님께 뮤지가 자신때문에 죽었다고 말하며..
리호는 사비츠라가 고향이지만 상인인 부모님을 따라 이곳저곳 루콘가를 돌아다녔다. 1지구인 윤림안까지 가본 적도 있다. 대신 치안이 좋지 않은 70지구 이하로는 가지 않았다. 하나분인 오빠와도 사이가 매우 좋았다. 오빠에게서 검술을 배웠다. 지국히 교과서적인 검술로 시작해 루콘가 외곽의 깡패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얻은 실전에서 유용한 기술까지 천천히 습득했다. 손에 물집이 잡힌다고 싫어하기도 했지만 오빠가 ㅏ르쳐주면 수업은 꼬박꼬박 잘 받는 편이었다. 상인의 딸이기때문에 부모님을 보고 배워 화술이 뛰어났고, 리호가 부모님과 가게에 함께 있으면 손님이 배로 늘어났다. 싱그럽게 웃는 얼굴이 예쁘고 화장품 없이도 입술을 빨갛고 피부는 하얘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매우 많았다. 노래를 잘 하고 시호인 가문에 들어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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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리지널 설정과는 무관합니다. [미츠이시 뮤지] 달이 아름답네요 w. 리네 1. 자살을 준비 중이다. 곧 새벽 동이 틀 시간, 후끈하게 열이 오른 이 넓은 방 안에서, 랜턴을 하나 켜 놓고. 이곳에는 나밖에 없다. 어젯밤엔 보름달이 떴다. 아름다운 만월이 마음을 간지럽혔다. 그래서 문득 이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손가락을 서랍 고리에 걸어, 끌어당긴다. 각종 아이섀도가 브랜드별로 나를 반겼다. 가장 비싸고 예뻐 한 번 밖에 쓰지 않은 섀도를 꺼내 뚜껑을 연다. 영롱한 붉은 색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우선 몸을 일으켜, 사패장을 입기로 했다. 그러니까…… 대충 반백년은 지난 것 같다. 사신이 된 것도. 하여간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고, 나는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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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야(華夜) w. 리네 1. “미츠이시 대장님, 대영서회랑 내에는 음식물 반입 금지입니다.” “앗, 미안!” 미츠이시는 주머니를 뒤적여 종이 한 장을 꺼낸 뒤, 먹던 사탕을 뱉어 구겼다. 자, 이제 들어가도 되는 거지? 하는 물음에 담당 사신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대영서회랑의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문을 열자마자 책 냄새가 후끈하게 밀려온다. “그래서, 어느 자료를 찾으러 오신 겁니까?” 미사키 하쿠의 물음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대장이 먼저 일을 하러 가자고 제안을 한 탓에 아직 어안이 벙벙한 것 같아 보였다. 미츠이시는 음, 으음, 하며 대답을 미루다 대영서회랑 안쪽의 거대한 모니터를 마주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딱 2년, 2년 동안이야. 10번대에서는 스무 명, 7번..
송별(送別) w. 리네 1. “키리, 가마를 준비하여라. 역괴고산을 만나러 갈 것이야.” “예, 리호님.” 7대 역괴고산의 은퇴식이 한 달 가량 남은 어느 봄날이었다. 야차군의 수장 ‘천주’는 그날따라 유독 머리 위에 화려한 장신구를 얹고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기라도 하듯 꼿꼿한 자세로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시종 키리가 집무실에서 빠져나간 후에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리호가 보기에 오늘 날씨는 썩 나쁘지 않았다. 봄 햇살이 나른하고 꽃씨가 싹을 틔우는 흙 내음이 어디선가 풍겨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를 만나 나눌 대화의 주제는 리호로서는 달갑지 않았으나, 그래도 따뜻한 봄 날씨가 마음에 들었다. “꽃이 피는구나.” 그녀뿐인 집무실에는 이미 봄 향기가 익숙히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