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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뮤지] 트랑퀼로

..,,,..,.,., 2016. 3. 20. 20:18

 

[긴뮤지] tranquillo

 

   w. 리네

 

1.

 

사장님.”

?”

좋아해요.”

새삼스럽구마.”

 

그런가요? 하고는 마구 웃었다. 당신은 젖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나를 빤히 주시한다. . ,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눈 앞의 먹잇감을 삼켜 버릴 듯 한, 본인은 알지 못할 차가운 시선. 이럴 때에 나는 그저 눈을 감는다. 편안한 얼굴로.

 

제가 좋아요?”

그렇제.”

 

쉽게 대답한다. 그만큼 당연한 질문이니까, 그렇겠지? 당신 같은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몇 번이고 확인을 해 보게 한다. 둘만의 별장, 꽃잎이 가득 떠 있고, 새하얀 거품이 올라오는, 따뜻하고 넓은 욕조 안. 다시 눈을 뜨면, 당신의 손을 잡는다.

 

하얗고, 길다. 조금은 거칠다. 총을 잡는 사람 특유의 굳은살이 숨어 있다. 차분하게 당신의 손을 살핀다. 엄지부터 소지까지, 손가락 사이의 굳은 살을 톡톡 두드리다가, 당신 손바닥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을 들어, 넓은 그 곳에 하트를 그린다. 부끄럽지는 않지만, 문득 이 시간이 너무나도 즐거워 푸시시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제 많이 익숙해 졌네요. 그렇죠?”

먼 얘긴교?”

호칭 말이에요. 사장님, 하는 호칭.”

, 그렇제. 한 달 정도 지났지 않나.”

“4월 초순이니까요, 아직 한 달은 아니겠네요. 그래도 제가 자주 불러드려서 적응하신거예요. 그쵸?”

킬킬, 대답은 하나 뿐인교?”

물론이죠!”

 

동시에 웃음이 터진다. 당신이 실눈을 떠서, 나를 바라본다. 소나기가 지나간 후의 시냇물처럼 맑고 투명한, 나를 꿰뚫을 듯 한 눈동자. 당신은 이따금씩 그 눈동자 안에 내 모습을 새겼다.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지기라도 하는 양. 당신의 심중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나는 당신의 그런 행동을 좋아한다.

 

사장님!”

이번엔 또 왜 그라는디.”

제 이름 불러봐요.”

이름?”

 

고개를 끄덕였다. 젖은 머리칼 몇 가닥이 흘러내려 얼굴에 붙는다. 당신 손을 잡았던 왼손을 들어서, 물과 함께 머리를 넘겼다.

 

미츠이시 뮤지.”

.”

미츠이시 뮤지.”

한 번만 더요.”

으음.”

 

나를 주시하던 눈동자가 눈꺼풀 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당신은 당신 머리 끝에서 떨어지던 물방울에 시선을 두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미츠이시, 뮤지.”

좋아! 이제 됐어요.”

 

만족한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허연 뱀이 물속에 잠긴 다리에서부터 시작해 온 몸을 칭칭 감아올리는 것만 같다. 당신은 두 손을 모아 물을 담아서, 머리를 적셔 넘긴다. 하얗고 상처 없이 매끈한 얼굴이 드러난다. 당신 얼굴에 손을 올리려다 자글자글 주름이 생긴 손가락을 마주했다. 당신은 물 속에 손을 넣지 않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열 손가락을 쫙 펴 당신의 눈 앞에 가져다 보인다.

 

슬슬 나갈 시간이 됐구마.”

그렇죠?”

 

내 손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면 욕조에서 나오는 것. 그것이 우리끼리의 규칙이었다. 너무 오래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내가 먼저 일어나 욕조 밖으로 나오면, 당신도 허리를 펴 일어난다.

 

2.

 

미츠이시는 제 사장이 선물해 준 원피스를 걸치고 있었다. 통이 넓은 하늘빛 실크 원피스. 이치마루가 선물해 주었다고는 하나 이 원피스를 고른 것은 그녀였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요구르트를 꺼내 와인잔에 따른다. 둘은 다음날 일이 있을 땐 와인 대신 요구르트를 와인잔에 따라 마시곤 했다. 무엇이 재미있는지, 서로 첫 건배를 하면 웃음이 터져나온다.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쓴 이치마루는 먼저 방으로 향했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미츠이시는 양 손에 와인잔을 들고 이치마루에게로 다가갔다. 익숙한 살구빛 음료에 눈을 맞추던 이치마루는 와인잔 하나를 받아들었다.

 

.”

.”

 

건배를 할 때에는 다른 건배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치마루와 미츠이시 사이에는 짠, 한 마디면 충분했다. 나란히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방 안의 온기에 몸이 풀어진 미츠이시는 침대 옆의 수납장 위에 와인잔을 올려놓았다. 와인잔 안에서 요구르트가 찰랑이다 잔잔해졌고, 반투명하게 요구르트의 흔적을 남기던 유리도 시간이 지나며 점점 본연의 투명함을 되찾았다. 그 쯤 되었을 때였다.

 

뮤지.”

 

이치마루가 소녀를 불렀다. 왜요? 하고 묻는 미츠이시의 목소리에는 그렇다 할 감정이 없었다. 목욕을 끝내고 난 후라 몸이 나른했기 때문이었는데, 이치마루가 본인의 이름만을 부르고 별 말이 없자 소녀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이치마루는 은빛 머리칼 사이로 미츠이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좋아한다구요? 알아요, 알아.”

아직 말 안했는디.”

……그냥 그렇다구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요?”

그렇진 않제.”

 

좋아한다는 말 대신이라며 이치마루는 와인잔을 수납장 위에 올려두고 소녀를 끌어안았다. 너무 작아서, 품 안에 쏙 들어오고도 충분히 남는다. 그러나 다른 이를 안을 마음은 없었다. 소녀는 이치마루에게 끌어안긴 채 눈을 몇 번 빠르게 깜빡이다가, 이내 배시시 웃었다.

 

뭐에요~? 무슨 어려운 부탁 할 거예요? 설레게 왜 이래요?”

 

피곤이 싹 달아나기라도 한 듯 미츠이시의 목소리가 다시 생생했다. 붉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시선을 던지고, 소녀의 두 팔이 이치마루를 마주끌어안는다. 그는 그 후로도 쭉 말이 없었다. 그저 소녀의 젖은 머리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쓸어내리는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미츠이시의 눈가에 갑자기 눈물이 고여서,

 

3.

 

뭐에요…….”

 

결국 너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미 머리카락 끝을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 때문에 잔뜩 젖어 있던 어깨에 새로이 촉촉한 것이 와 닿았다. 나를 마주 끌어안은 네 손이 한동안 미동도 없다가, 주먹을 쥐어 내 등을 때렸다. 와 이라노, 하며 끌어안은 팔을 풀려 했으나, 너는 떨어지는 내 팔을 도로 끌어다 제 몸에 둘렀다. 이번에는 오히려, 조그마한 네가 나를 끌어안는 모양이 되었다.

 

무슨 말 할 거예요? 열심히 살았다, 같은 이상한 말 하려는 건 아니죠?”

할 말은 없는디.”

정말이죠?”

그라믄, 참말이제.”

 

그러면 됐어요. 너는 이렇게 말했다. 또 훌쩍훌쩍 운다. 네가 우는 것이 당황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킥킥 웃음을 흘렸다. , 울 줄도 아나?

 

전 사람 아닌 줄 알아요?”

 

글자로만 나열해 놓으면 꽤나 가시 돋힌 것 같지만, 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는 아기처럼 내 젖은 어깨에 눈을 비비고, 안았던 팔을 풀어 나를 마주본다. 새빨간 두 눈의 눈가도 눈동자만큼이나 붉어져 있다.

 

와 울었노?”

글쎄요.”

 

정말 모르는 표정이다. 두 무릎을 세워 침대 위로 올리더니,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네가 생각에 집중할 동안, 나는 살짝 눈을 떠 너를 주시했다. 가끔 나는 눈동자에 너를 온전히 담았다. 그렇게 하면, 네 모습이 마치 내 안에 새겨지는 것 같다. 네가 곁에 없을 때에도 마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조잘조잘대는 것 같다. 하루 온종일 네가 보고싶어 미칠 것 같지는 않았으나, 언제부턴가 습관적으로 나는 너를 담고 있었다.

 

땋지 않은 회빛 머리가 예쁘다. 염색이나 파마 같은 것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었지. 네 어깨에 두른 수건이 흠뻑 젖어 있다. 그 아래의 원피스에도 물기가 있다. 네가 고개를 들었다.

 

잘 모르겠어요.”

 

너는 자주 이런 말을 했다.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데에는 능했으나, 제 감정의 변화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흔한 쓸데 없이 눈치 빠른아이. 아니, 아니다. 너의 눈동자는 지금,

 

완벽히 이해한 후의 눈빛이다.’

 

그러나 말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눈치를 챘다는 사실을 너는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벽을 놓는다. 그런 행동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가장 하기 쉬운 일을 해 주면 된다. 입꼬리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의 미소도, 이해했다.

 

다시 손을 뻗어, 와인잔을 양 손에 쥐고 네 것을 내민다. 너는 제 와인잔을 받아들고는, 다시 건배를 원했다. 와인잔이 부딪히면 짠, 하는 소리를 내고, 비운다. 얇은 커튼 너머로 밤의 달빛이 창문을 두드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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