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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하시 공.”

, 부인.”

……그리 부르지 마시라 부탁드렸지 않아요.”

이런……, 송구합니다.”

제가 사비츠라에서 칸나의 성을 갖고 자랐을 때에 말입니다.”

, 말씀하세요.”

우리는 상인 가문이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러했지요. 오라비는 무술을 연마하였습니다.”

사신이 되려 하였습니까?”

아닙니다. 상인이 되려 했지요. 해서 무술을 하였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호정은 정령정을 지키기 위해 태어났지요. 허니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했습니다. 스스로 말이에요. 하여 오라비는 검을 쥐었습니다. 그리고 제게도 가르쳐주었지요. 굳은살이 박히는 것이 참으로 싫었습니다. 가끔은 물집이 터져 아프고 쓰리기도 했어요. 허나 호정이 밉지는 않더이다. 왜였을까요.”

글쎄요…….”

그것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애초에 우리를 위한 집단이 아니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호정은 정령정을 지킵니다. 영번대는 영왕을 지키지요. 귀족은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 상인은 신뢰를 지키며, 가난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들은,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지키며 살아가지요. 저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해보였습니다. 선친께서는 늘 제게 말씀하셨어요. 이 곳은 언제나 그러한 곳이다, 모두 각자의 것을 지키며 살아간다, 남을 지키지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선친의 조부께서 청년 시절이었을 즈음부터 그리 하였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키자, 우리의 몸과 신뢰를 지키자,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호정은 정령정을 지키고 있으니까요. 선친과 비와 오라비가 이누즈리의 불량배에게 목숨을 잃었을 때에도 저는 호정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불량배는 제 들숨과 날숨을 지키기 위해 제 가족을 죽였을 뿐이고, 저는 이제 상인이 아니니 제 들숨과 날숨을 지켜야만 했습니다. 헌데 욕심이 생기더이다.”

욕심 말입니까.”

. 200살 남짓의 어린 나이였습니다. 한 번 바꿔볼 만 하겠구나, 하는……, 욕심 말이어요. 욕심은 마당에 가지런히 끌어다 놓은 선친과 비와 사랑하는 오라비의 시체 그림자에서 스물스물 기어오르듯 제게 접근했습니다. 들숨과 날숨을 지키며 사는 삶보다는 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이 더 좋지 않겠어요? 하여 사신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년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오라비의 검과 상인 핏줄의 말재주 뿐이니, 힘이 필요했습니다.”

하여 미망인이 되기로 결심하셨습니까…….”

……공께선 말을 삼가셔요. 정인의 낭군을 모욕해서야 되겠습니까.”

…….”

하여 제 첫 목표는 대귀족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귀족 중의 귀족, 본디 소울 소사이어티에서 태어나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그들이 되어보려 했어요. 시호인 가문에는 용모가 뛰어나고 성품이 고우나 병약한 사내가 있었고, 저는 그를 낭군으로 맞았습니다. 그의 유언에 따라 낭군께서 승하하신 후에도 저는 시호인의 성씨를 가졌으며, 그 분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지요. 모로하시 공, 공은 현자로써 어찌 생각하시나요? 중앙 46실은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곳입니까, 사익을 위한 판결을 내리는 곳입니까?”

……감리관,”

두려워하지 마시어요. 답을 알고 계시지 않아요?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그 곳은 자신들의 품위에 유익한 판결을 내리는 곳입니다. 어찌 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드러낸 채 행동하는 자들이지요. 헌데 모로하시 공, 우습게도 중앙 46실은……, 사법기관입니다.”

…….”

사법기관은 법률과 자신의 양심에 따른 재판을 수행합니다. 재판의 정당성을 증명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지요. 허나 그들은 분노하여 형량을 늘이고, 보복과 반역을 두려워하여 죄인을 쉬이 다스리지 못하는 우매한 자들이지요.”

감리관…….”

제가 공을 앞에 뫼셔두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속이 상하실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공 또한 탐욕에 휩싸인 자가 아닙니까.”

……허면 어찌해야 감리관의 마음이 풀어지겠습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저 가만히 계셔 주세요. 되도록 오랫동안 그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현자들도, 그 다음 현자들도 계속 그럴 것이니까요. 끊을 수 있는 언젠가가 되는 날에는 글쎄……, 모로하시 공과의 인연은 제 손으로 끝내지 않을까요.”

감리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것이에요.”

제 입이 너무 방정을 떨었습니다. 별 것 아니니, 궁금해하지 마시고 오늘은 머리나 감겨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시간을 내어 저녁에 다시 뵙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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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하시 타카히로 프로필  (0)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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