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쥰지리호] 천화 내리신 날에 w. 리네 “부인. 이제 끝이 보이는 듯 합니다.” 동도 트기 전의 이른 새벽이었다. 곁에 누워 있던 제 여인을 깨우며 쥰지는 시종들을 불러 마지막 단장을 시작했다. 잠결에 저를 흔들어 깨우는 목소리를 들어 눈을 뜬 리호는 침의를 벗고 빛깔이 좋은 옥색 의복을 걸치는 쥰지의 옆에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아름답게 꾸며 주세요.” 쥰지의 다정한 부탁에 여인은 부드럽게 웃었다. 이내 무릎을 펴고 일어나더니 여종 몇 명과 옆방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둘 남은 시종에게 쥰지는 각자 샤미센과 다과상을 가져올 것을 명했고, 서랍을 열어 부인이 선물했던 공작석 장신구를 꺼내 손목에 둘렀다. 방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가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에는 이내 찬 기운이..
쥰지가 점점 죽을 날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껴서 리호한테 본격적으로 장례 준비 시키는 거 보고싶다. 쥰지: 꽃은 향이 강한 것으로 부탁합니다. 부인의 기억에 강하게 남고 싶어요. 리호: 명심하겠습니다. 향이 강하고 아름다운 빛깔의 꽃으로 준비하겠어요. 쥰지: 수의의 옷감을 고르는 데에도 신경을 써주세요. 리호: 예. 쥰지: 그리고.. 그리고.. 부디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부인. 리호: 가시는 길까지 걱정이 많으십니다. 제가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셔요? 쥰지: 아닙니다. 허나 부인의 성공의 순간을 보지 못해 서운합니다.리호: 당신, 혹시나 하여 묻는 것인데, 내가 낭군의 권력을 위해 혼인한 것을 후회하고 있진 않아요? 쥰지: 이런, 무슨 소리를. 부인의 그 뜻을 존중하기에 혼인한 것입니다. 아직도 부인은 세간..
쥰지: 칸나, 이제 곧 혼례를 치르게 될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그대도 시호인 가의 사람이 될테지. 리호: 제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호인 공. 쥰지: 감사는 무슨. 혼례를 올리자마자 유서를 적어 모든 유산을 당신에게 넘기겠어.리호: 서운하지는 않으신지요? 쥰지: 몇번이고 말했다시피 절대 없어. 그대같은 아름답고 현명한 여자가 시호인 가문의 사람이 된다면 영광인걸, 그리고 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어도 그대는 내 아내가 될 사람 아닌가.쥰지: 나는 얼마 살지 못해. 그러니 칸나 당신이 이 가문에 영광을 가져다줘야 해. 당신은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이니 내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테지. 나는 당신의 첫번째 남자였다는 것, 그것으로 됐어. 부탁이 있다면, 죽기 전까지만 나를 사랑해주겠어? 마지막 순간까지..